[Part 1] 예민한 야생마 길들이기 (BF-109 G2)
[Chapter 3] 죽음의 착륙 (캥거루 파일럿)
1. 돌아올 수 없는 강
"자, 이제 착륙할 시간입니다. 활주로를 향해 비행하세요."
레이 쌤의 명령이 떨어졌다. 신나게 하늘을 휘젓고 다닐 때는 몰랐다. 저 아래 작게 보이는 활주로가 내 무덤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후우... 쌤. 솔직히 좀 쫄리는데요. 이륙할 때도 그 난리였는데, 착륙은 더 어렵겠죠?"
"음... 솔직히 말하면, BF-109는 2차 대전 독일군 에이스들도 착륙하다가 많이 죽었습니다. 적군한테 격추된 것보다 착륙 사고로 손실된 기체가 3분의 1이나 된다는 통계도 있어요."
"네?! 아니, 그런 걸 왜 이제 말해줘요!"
"착륙이 그만큼 어려우니 긴장 늦추지 마시라고요. 자, 기어 내리고 플랩 펴고. 속도 줄이고!"
나는 떨리는 손으로 착륙 기어와 플랩 스위치를 눌렀다. 기어 휠과 플랩 휠이 미친 듯이 돌아갔다.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바퀴가 내려오는 진동이 느껴졌다.
"구독자 여러분... 살아서 다음 방송을 켤 수 있게 기도해 주세요."
2. 활주로가 안 보여요!
활주로 정렬은 세스나 때 밥 먹듯이 했던 거라 자신 있었다. 하지만 활주로가 가까워질수록 문제가 생겼다.
"어? 기수가 들려 있어서 활주로가 안 보이는데요?"
속도를 줄이려고 기수를 들자, 거대한 엔진룸이 시야를 가려버렸다. 전방 시야가 가려져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다.
"옆을 보세요, 옆을! 왼쪽 창문으로 활주로 가장자리를 보면서 위치를 가늠해야 합니다!"
"아니, 무슨 게처럼 옆으로 보고 내려요?!"
나는 고개를 왼쪽으로 꺾고 곁눈질로 땅을 보며 하강했다. 고도계 바늘이 빠르게 떨어졌다. 100m, 50m, 30m...
'좋아, 닿는다... 닿는다...'
3. 통통 튀는 캥거루
쿵!
바퀴가 땅에 닿는 충격이 전해졌다. 성공인가?!
"됐다!"
하지만 내 기대는 1초 만에 비명으로 바뀌었다.
...팅!
비행기가 바닥에 붙지 않고 다시 하늘로 튀어 올랐다.
"어어?! 왜 다시 떠!"
"속도가 너무 빨라요! 그리고 조종간을 당겨야죠! 밀면 안 돼요!"
당황한 나는 본능적으로 조종간을 밀어버렸다. 기수가 땅으로 처박혔다가 다시 반동으로 튀어 올랐다.
쿵! 팅! 쿵! 팅!
내 비행기는 마치 '스카이 콩콩'을 타는 캥거루처럼 활주로 위를 널뛰기 시작했다. 내 조종석 화면도 같이 춤을 췄다.
"으아! 이거 왜 이래 안 멈춰요!"
"스로틀 내리고 파워 컷(Power Cut)! 그리고 조종간은 가만히 둬요!"
결국 네 번째 바운딩 끝에 기체는 활주로를 벗어나 잔디밭으로 굴러갔고, 오른쪽 날개가 땅에 박히며 겨우 멈췄다.
[CRASHED : 랜딩기어 파손]
4. 좁은 다리의 비극 (Narrow Landing Gear)
나는 VR 헤드셋을 벗어던지고 의자에 널브러졌다. 식은땀이 났다.
"쌤... 이 비행기로는 착륙이 불가능할 것 같아요. 이 비행기 진짜 저주받은 거 아니에요?"
레이 쌤은 예상했다는 듯 웃으며 설명했다.
"카야 님, 혹시 '쩍벌남' 아세요?"
"네? 갑자기 무슨..."
"세스나나 영국의 스핏파이어 같은 비행기는 바퀴 사이가 넓어서, 한쪽 바퀴가 먼저 닿아도 잘 안 넘어집니다. 안정적인 '쩍벌' 자세죠."
레이 쌤이 화면에 BF-109의 착륙 바퀴 그림을 띄웠다.
"근데 이 BF-109를 보세요. 바퀴가 몸통 쪽에 붙어 있어서 다리 사이가 엄청 좁죠? 그래서 한쪽으로 조금만 기울어져도 바로 균형을 잃고 뒤집히는 겁니다. 아까처럼 캥거루 착륙하면 다리가 그냥 부러져요."
"하... 독일 공학자들 진짜... 왜 이렇게 만들었대요?"
"무게 줄이고 공기 저항 줄이려고요. 덕분에 하늘에선 빠르지만 땅에선 최악이죠. 자, 불평할 시간 없습니다. 기체 수리하고 다시 이륙하세요. 오늘 성공할 때까지 잠 못 잡니다."
5.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재시도 횟수 7회. 외부 카메라 시점으로 착륙을 시도하며 이제 캥거루 점프는 잡았다. 활주로에 부드럽게 닿는 것까진 성공했다.
'좋아, 이번엔 진짜다. 바퀴 닿았고, 속도 줄어들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을 풀었다. 비행기가 활주로 위를 굴러가며 속도가 50km/h까지 줄어들었다.
"후... 살았다. 이제 브레이크 밟고..."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비행기 꼬리가 오른쪽으로 휙 돌아가더니, 기체가 팽이처럼 빙글 돌기 시작했다.
"아! 또 돌아! 다 왔는데... 왜 이래!"
끼기기긱-!
타이어 타는 소리와 함께 비행기는 활주로 한복판에서 360도 회전을 하고 나서야 멈췄다. 다행히 부서지진 않았지만, 한숨이 길게 나왔다.
"카야 님! 방심했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모르세요?"
레이 쌤의 언성이 조금 올라갔다.
"착륙해서 멈출 때까지, 아니 엔진 끄고 내릴 때까지 러더를 계속 써야 합니다! 속도가 줄어들면 이륙 때처럼 중심 유지에 더 민감해야 해요. 마지막 순간에 러더 놓으면 바로 그라운드 루프(Ground Loop) 나서 기체 박살 납니다!"
6. 엔딩: 구독자들의 환호
발로 춤을 추며 결국 12번의 시도 끝에, 나는 간신히 활주로 중앙에, 비록 삐딱하게 멈췄지만 서는 데 성공했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 있었다.
"하... 여러분. 보셨나요?"
나는 퀭한 눈으로 카메라를 쳐다봤다.
"전투 파일럿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오늘 제 비행기 수리비만 해도 독일 국방 예산 거덜 냈을 거예요."
[유튜브 댓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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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ngarooJack: 썸네일 제목: '카야가 카야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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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sserschmitt: 109 랜딩은 원래 고인물도 힘들어요. 고생하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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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rashMaster: 솔직히 마지막에 팽이 돌 때 많이 우스웠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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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ilotWannabe: 와... 착륙이 저렇게 어려운 거였구나. 게임 깔러 갑니다.
"그래도... 살아 돌아왔으니 됐습니다. 다음 시간엔 진짜로! 총 쏘는 법 배울 겁니다. 착륙도 못 하면서 무슨 총이냐고요? ...그러게 말입니다. 비행 시뮬레이션, 너무 어렵네요."
나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