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초음속의 하늘 : 날개 달린 슈퍼컴퓨터 (F-16C Viper)
Phase 2. 송곳니를 드러내다 (공대공 전투) - 휴식편
[Chapter 12] 3만 피트 상공의 키스 (Aerial Refueling)
1. 공대공 훈련을 마치고
"전투 훈련 종료. 마스터 암(Master Arm) OFF. 레이더 OFF."
씨걸 교관의 지시에 나는 무장 스위치를 끄고 레이더도 껐다. 귓가를 때리던 RWR의 경고음도, MFD 화면의 복잡한 기호들도 사라졌다. 오직 바람을 가르는 소리(Wind noise)와 엔진의 낮은 웅웅거림만이 남았다.
"후우... 이제 좀 살 것 같네요. 머리 터지는 줄 알았어요."
"이제 기지로 복귀한다. 머리는 충분히 식혔으니, 카야 훈련생, 10시 방향을 봐라."
구름 사이로 거대한 그림자가 보였다. 여객기만큼 큰 덩치의 비행기가 느긋하게 하늘을 헤엄치고 있었다. 공중 급유기, KC-135 스트라토탱커(Stratotanker)였다.
"와... 진짜 크다. 고래 같아요."
"우리는 지금부터 저 고래 뱃속에 있는 연료를 받아먹을 거다. 3만 피트 상공에서 시속 600km로 날면서 말이지."
2. 하늘의 주유소
"준비되면 급유 요청해."
먼저 급유를 마친 씨걸 교관의 음성이 들렸다.
나는 스로틀을 조절하며 급유기 뒤쪽으로 접근했다. 거대한 기체가 내 시야를 가득 채웠다. 가까이 다가가자 급유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엔진 후류 때문에 내 F-16이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바이퍼가 출렁거려요! 비포장도로 달리는 것 같아요!"
"겁먹지 마. 급유기 꼬리 날개에서 나오는 난기류(Wake Turbulence)다. 과감하게 뚫고 들어가서 급유 위치(Pre-contact position)를 잡아."
**주유봉 같은 긴 막대기인 '붐(Boom)'**이 보였고, 그 뒤에는 투명한 창문이 보였는데, 그 안에서 '급유 통제사'가 엎드려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헐, 저기 사람이 있어요! 눈 마주친 것 같아요."
"그래. 저 사람이 네 입에 빨대를 꽂아줄 거다. 너는 입만 벌리고 받아먹으면 돼."
3. 아기 새의 춤 (PIO)
"급유구(Refueling Port) 오픈."
철컥.
등 뒤의 급유구가 열리는 소리가 났다. 이제 급유기의 붐이 닿을 수 있는 거리까지 더 붙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문제였다.
"어? 어어?"
내가 조금만 다가가려고 하면 비행기가 널뛰기를 했다. 위로 솟구쳤다가, 놀라서 내리면 툭 떨어지고. 내 비행기는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렸다.
"천천히! 조종간을 꽉 쥐지 마."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데 자꾸 움직여요!"
"눈으로 보고 맞추려고 하지 말고, 흐름을 느끼면서 맞춰. 그리고 급유기 배 밑의 **신호등(Director Lights)**을 봐."
급유기 밑에는 빨강, 노란색 불빛이 깜빡이는 신호등이 있었다. 위아래(U/D), 앞뒤(F/A) 위치를 알려주는 가이드였다.
4. 붓을 쥐듯이
나는 심호흡을 했다. 이건 미사일을 피하는 급기동이 아니다. 아주 얇은 선을 긋는 드로잉이다.
'0.1mm의 오차도 없이... 붓끝으로 종이를 스치듯이...'
나는 스로틀을 밀었다 당겼다 하는 것이 아니라 손가락 끝으로 살짝살짝 건드렸다. 아주 미세한 추력을 조절하며 조금씩, 아주 조금씩 앞으로 나갔다.
거대한 붐(Boom)이 내 머리 위로 다가왔다. 붐 오퍼레이터가 붐을 조종해 내 급유구를 노리고 있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앞으로..."
마치 첫 키스를 할 때처럼, 숨조차 쉴 수 없는 긴장감이 흘렀다.
5. 컨택트 (Contact)
쿵.
묵직한 충격과 함께 기체가 급유기와 하나로 연결된 느낌이 들었다.
"컨택트(Contact). 급유 개시."
씨걸 교관의 차분한 목소리. 계기판의 RDY(준비) 불이 꺼지고 **AR(급유 중)**이라는 녹색 불이 들어왔다.
"성공이다! 기름 들어와요!"
"좋아. 이제 움직이지 마. 그대로 얼음. 숨도 쉬지 마라."
나는 급유기와 똑같은 속도로 날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바로 머리 위 거대한 고래의 배가 보이고, 구름은 뒤로 빠르게 흘러갔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고 가장 위험한 주유소였다.
기름이 차오르는 동안, 나는 처음으로 미사일과 경보음이 없는 평화로운 하늘을 감상했다.
6. 완벽한 마무리
"급유 완료. 이탈해라(Disconnect)."
나는 조종간의 연결 해제 버튼을 눌렀다.
툭.
붐이 내 등에서 떨어져 나갔다. 하얀 연료 가루가 안개처럼 흩날렸다. 나는 스로틀을 줄여 부드럽게 급유기 아래로 빠져나왔다.
"잘했다. 미사일 쏘는 것보다 손이 더 많이 가지?"
"하... 진짜 온몸에 쥐가 날 것 같아요. 근데 이거... 묘하게 중독성 있는데요? 뭔가 힐링 되는 기분이에요."
"섬세한 조작이었다. 그림 그리는 예술가라서 그런가, 손끝 감각이 살아있어."
씨걸 교관의 드문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다. 나는 배부른 바이퍼의 충만함을 느끼며 다시 편대로 복귀했다.
3만 피트 상공에서의 공중 급유는 고래와 함께 바다를 유영하는 달콤한 휴식이었다.
[유튜브 댓글창]
⛽ Full_Tank: 솔직히 말해서 공중전보다 공중 급유가 100배 더 어려움. 인정?
🎨 Van_Gogh: 와... 묘사가 너무 아름다워요. "하늘 위에서 붓 터치 하듯이 조종한다"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음.
🤝 Shaking_Hand: 보는 내내 숨참음 읍읍!
😬 내 손에도 땀이 흥건하네 ㅋㅋ
🐳 Sky_Whale: 급유기(탱커) 덩치 진짜 크다... 저 뒤에 바짝 붙어서 나는 깡다구 리스펙트!
💔 Love_Hurt: 첫 키스보다 떨린다는 표현... 연애 세포 살아있네 ㅋㅋㅋ 영상미 힐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