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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불평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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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불평등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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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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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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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일: 6년 전
[#114]
미국 정치철학자 존 롤스(John Rawls)는 방금 질문하신 '우연한 생물학적 불평등'의 문제를 현대 철학에서 가장 정교하게 다룬 인물입니다. 그는 유전자, 지능, 외모, 태어난 가정환경 등을 '자연적 복권(Natural Lottery)'이라고 불렀습니다.

1. 자연적 복권은 도덕적 권리가 아니다

롤스는 누군가가 뛰어난 지능이나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태어난 것은 그 사람이 노력해서 얻은 정당한 대가가 아니라, 그저 운이 좋아서 당첨된 '복권'에 불과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그 우연한 능력으로 얻은 막대한 부와 성공 역시 온전히 개인만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자연의 무작위성이 만든 결과(천재로 태어나거나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 자체는 공정하거나 불공정한 것이 아닙니다. 진짜 불공정은 사회 제도가 그 우연한 결과를 아무런 보정 없이 그대로 방치할 때 발생합니다.

2. 사고실험: '무지의 베일(Veil of Ignorance)'

그렇다면 이 우연을 어떻게 공정하게 다루어야 할까요? 롤스는 이를 위해 '무지의 베일'이라는 유명한 사고실험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새로운 사회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고 상상해 봅니다. 단, 모두가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있어서 자신이 그 사회에서 어떤 사람으로 태어날지 전혀 모르는 상태(원초적 입장)입니다. 내가 천재일지 바보일지, 부자일지 빈민일지, 건강할지 중증 장애인일지 알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합리적인 이기심에 따라 규칙을 만듭니다. 내가 상위 1%로 태어날 요행을 바라며 승자독식 사회를 만들까요? 아닙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장 운이 나빠서 최하층으로 태어날 최악의 경우를 두려워하게 됩니다. 따라서 가장 불리한 위치에 놓인 사람(최소 수혜자)에게 가장 유리한 규칙을 만장일치로 합의하게 된다는 것이 롤스의 통찰입니다.

3. 합의의 결과: '차등의 원칙(Difference Principle)'

무지의 베일을 벗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이 사회가 적용하는 핵심 규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 사회의 불평등은 허용된다. (예: 의사가 청소부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은 괜찮다.)
  • 단, 그 불평등이 사회에서 가장 불리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때만 정당하다.
뛰어난 재능(자연적 복권)을 가진 사람이 남들보다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을 금지하진 않지만, 그 보상은 그의 재능이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될 때만 도덕적 정당성을 얻습니다. 예컨대 천재적인 의사가 막대한 돈을 버는 것은, 그가 그 재능으로 병원을 세워 사회 전체의 의료 수준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가난한 환자들도 혜택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도덕적으로 허용되는 것입니다.

롤스의 철학은 생물학적 진화가 만든 차갑고 맹목적인 '우연'을, 인간의 이성과 공감 능력을 통해 어떻게 따뜻하고 정의로운 '제도'로 덮어 안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이정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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